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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보는 세상

서울 남산의 역사와 추억

by 바이칼호1 2023. 6. 23.

남산 근교에서 미팅하게 되어 창밖을 보니 남산 타워가 한눈에 들어왔다.

어렸을 적에 서울은 늘 동경의 대상이었다. 방학때만 되면 할아버지나 고모들 손잡고 서울 숙부댁에 와서 머물다 가곤 하였다. 그때마다 거의 한번씩은 남산에 올라 케이블카를 타고, 창경원 등을 구경하였다.

또한, 가끔은 부모님의 직장이 있는 인천 등에도 다녀오곤 하였다.  그러나, 건축업을 하시는 숙부댁이 크고 넓어 숙부집에서 주로 머물렀다.

그래서, 유년기 나는 반농반도(半農半都) 환경에서 성장하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농촌에 비해 도시가 급변하고, 팽창하는 모습을 생생히 보고 자랐다. 숙부께선 서울 변두리에 땅을 사서 건물을 짓고, 몇년 기다리면 땅값, 건물값이 올라 처분하고 다른 곳으로 가시곤 하였다. 어느날은 할아버지께 시골땅 문전옥답 다 정리하고 서울로 올라오시라 했고, 할아버지의 반대로 그리 못하였지만, 만약 그랬다면 거부가 되셨을 것이다.

1970년대 서울 변두리 모습

한번은 여름방학중 숙부댁 옆집에서 비명소리와 함께 난리가 났다. 어린 아이의 손이 문틈에 끼어 빠지지 않자 가족들이 총동원하여 잡아당기고 아이는 울부짓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조부께서 아이한테 더 이상 움직이지 않게 하신 후,  건축업을 하시는 숙부에게 장도리를 가져오라 하셨다.

문 틈 사이로 장도리를 넣고 벌려 손가락을 빼도록 하자, 아이 부모가 무척 고마워 하셨다. 서울 외곽에는 당시에도 대문이 있는 한옥이 많았다.

남산에 오르려면 계단이 많아 쉽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서울 사람은 모르지만 시골에서 온 사람들은 계단이 워낙 많아 세어보며 오르기에 계단수를 더 잘 안다는 말도 있었다.

그 계단수에 따라 108계단이라 불렸는데, 108계단은 일본 제국주의가 자국의 군인이 전쟁에서 죽으면 추모하기 위해 지은 신사로 오르는 진입로였다. 이른바 ‘경성호국신사’로 일본이 만주전쟁과 태평양전쟁에서 죽은 군인들을 위해서 본국의 야스쿠니 대신 지은 이른바 쇼콘샤(초혼사)이다.

1939년에 일제가 계획을 세워 1943년에 완공했지만, 패전 탓에 죽은 자들을 한 번도 합장하지 못했다. 그 자리에는 보성여중고, 숭실중고 등이 들어왔으니 108계단만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아래는 남산과 신궁의 한겨레 신문 역사 보도 자료이다.
https://naver.me/5ZvWWZqF

일제 식민지배의 상징, 남산 신궁 이야기

[역사 속 오늘] 99년 전 오늘, 일제 ‘식민지배의 상징’인 남산 신궁 건설 공표

www.hani.co.kr


광복과 6.25 전쟁을 겪으며,  해방촌의 아픈 기억도 있었다.

이후 남산은 한강의 기적을 이룬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상징이 되었고, 문화의 중심이기도 하였다. 2005년 MBC에서 방영된 인기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촬영 장소로 유명해졌고, 그 후 '삼순이 계단'으로 불렸으며, 1970년 옛 어린이회관이 건립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드라마 방영 이후 서울의 명소로 떠올랐지만, 노후화로 계단 곳곳이 파손됐고 뒤틀림 현상도 발생했다. 게다가 돌계단(화강석)이 마모되면서 비나 눈이 내리면 미끄럼 사고가 우려됐다. 그래서 최근  보행 환경 개선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전면 정비하기로 했다 한다.

상순이 계단

유년기에 즐겨 갔던 남산, 그 아스라한 기억을 떠올리며 성인이 된 후 남산을 찾았을 땐, 서울의 휘황한 번영을 조망하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토론토의 CN타워, 파리의 에펠타워, 북해도 등의 고층타워에서 보는 조망보다, 남산 N타워에서 보는 전망은 유년기 아기자기하고 정감있는 모습이 아니라 웅장하고, 찬란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모든 문화상품은 국력에 비례한다고 하지만, 한류의 바람은 전세계를 강타하였고, 한류를 잉태한 첨단 거대도시 서울은 융성했던 헬레니즘 문화처럼 대륙과 해양문화를 결합시키며 용솟았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

비록 한때, 고개 조아리며 비루한 삶을 살아야 하기도 했지만, 산업화 시기엔 패스트팔로어가 되었고, 민주화를 거치며 선진국 반열에 오르기도 했었다. 다시 스스로를 낮춰 강대국에 굴복하며 남산의 웅혼한 기상을 애써 낮추려 하지 말고, 이제는 세계 여타한 국가와도 대등하게 협상하고, 협력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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