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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보는 세상

크리스마스와 아비뇽 유수

by 바이칼호1 2022. 12. 24.

하늘엔 영광, 땅에는 축복!
성경 속 인물 가운데 우리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 한 명을 꼽으라면 단연코 예수 그리스도일 것이다. 기독교 신자가 아닌 사람도 교회나 성당에 가면 흔히 들을 수 있는 이름이기도 하다. 그만큼 세상 곳곳에 널리 퍼져 있고 또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했던 인물이라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왜 이토록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따르고 숭배했을까?

내일 12월 25일 성탄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이다. 본래 로마제국의 태양신 숭배일을 기독교가 흡수하여 만들어진 날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오늘날엔 종교와는 무관하게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선물을 주고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축제일로 자리 잡았다. 이날만큼은 모두가 행복해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거리 곳곳에서는 캐럴이 울려 퍼지고 상점에선 각종 이벤트가 펼쳐진다. 백화점 앞에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등장해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기도 한다.

딸아이 유학중 다녀온 아비뇽은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알프코트다쥐르 주 론강 동쪽 기슭에 위치한 도시이자 마을 이름이다. 인구 1만 명 정도의 작은 도시이지만 매년 여름 열리는 연극 축제 덕분에 일 년 내내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아비뇽 교황궁


아비뇽 유수(-幽囚)는 14세기에 서방교회의 교황청을 로마에서 프랑스 남부 아비뇽으로 옮겨 1309년부터 1377년까지 머무르게 된 사건을 말한다. 고대 유대인의 바빌론 유수에 빗대어 쓰인 표현이다. 약 70년동안 머물렀으며 그 시기에 모두 7명의 교황이 아비뇽에서 생활하였다.

멀리서 본 아비뇽 마을


아비뇽 유수는 프랑스 역사상 최대의 치욕이자 굴욕사건이었다. 1309년 교황 클레멘스 5세가 로마로부터 아비뇽으로 옮겨간 사건이다. 원래 이곳은 이탈리아 반도 중부에 위치한 도시국가였는데 13세기 들어 세력이 약화되자 신성로마제국 황제 프리드리히 2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자 독일 왕 하인리히 6세가 군대를 이끌고 와 점령했고 이후 교황령까지 겸하게 됐다. 하지만 1409년 샤를 4세가 왕위에 오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자신이 선출한 새 교황 요한 22세가 이전 교황으로부터 독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위협을 느낀 것이다. 결국 두 사람은 대립각을 세웠고 급기야 전쟁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때 양측 모두 상대편의 수도였던 아비뇽을 차지하려고 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교황권이 약해지면서 사태가 급변했다. 때마침 프랑스 국왕 필리프 6세가 개입하여 전세가 역전됐고 마침내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이듬해 1월 교회의 대분열 시대를 종식시키고 새로운 교황 마르티누스 5세를 선출했다. 이렇게 하여 유럽 전체가 가톨릭교황국임을 인정받게 됐고 교회 권력은 크게 강화됐다. 물론 이것은 표면적인 명분일 뿐 실제로는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이었을 뿐이다. 어쨌든 이로 인해 중세시대 종교권력은 절정기에 달했고 르네상스 운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예수 그리스도라는 인물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기독교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초기 기독교 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하지만 정작 성경에서는 예수님의 탄생 과정에 대해 자세히 설명되어 있지 않다. 단지 몇 구절만이 등장할 뿐이다. 그나마도 서로 모순되는 부분이 많아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 따라서 신약성서학자들은 다양한 가설을 제시하며 나름대로 해석하려고 노력한다. 크게 두 가지 견해로 나뉘는데 하나는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태어났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요셉과 약혼한 상태에서 성령으로 잉태되었다는 것이다. 전자는 마태복음 1장 18절 이하에 나오는 말씀인데 천사 가브리엘이 처녀 마리아에게 나타나 아들을 낳을 것이라는 예언을 했다는 내용이다. 후자는 누가복음 1장 26절 이하에 나오는 말씀인데 엘리사벳이 임신 6개월째 접어들었을 때 하나님께서 그녀에게 세례 요한의 아버지인 사가랴 선지자를 통해 하신 말씀이다. 둘 다 공통점은 남자 없이 여자 혼자서 아기를 낳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모두 구약성경에 기록된 메시아 사상과 관련이 있다는 점도 같다. 다만 세부적인 사항에선 차이가 있다. 우선 시기 면에서 다르다. 전자는 유대인들의 전통 절기인 유월절 기간이었고 후자는 이스라엘 민족 최대 명절인 초막절 기간이었다. 장소면에서도 다른데 전자는 베들레헴 지역이었으며 후자는 예루살렘 부근이었다. 한편 후자의 경우엔 이사야 선지자나 미가 선지자 등 당대 최고의 예언자들이 한결같이 예고한 일이기도 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 이후 약 300년 동안 초기 기독교 공동체에서는 유대교로부터 분리 독립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로마 제국으로부터 박해를 받아 결국 예루살렘 성전마저 파괴되고 말았다. 그러자 유대인들 사이에선 두 파로 나뉘어 갈등이 빚어졌다. 한편으로는 율법주의자와 바리새파 등 보수 세력이 등장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사두개파와 에세네파 등 진보 세력이 형성되었다. 그러던 중 기원후 70년경 티투스 장군이 이끄는 로마군이 예루살렘을 함락시켰다. 이때 대다수의 유대인들이 학살당했는데 살아남은 자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그리고 남은 일부 무리들은 지중해 연안 각지로 흩어져 디아스포라 생활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흩어진 유대인들은 자신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곧 오늘날 이스라엘의 모태가 되었다.

1509년 프랑스 파리에서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때 마르틴 루터가 직접 쓴 <95개조 반박문>이 공개되었는데 이것이 도화선이 되어 유럽 전역에 개혁의 바람이 불었다. 그리고 이듬해인 1510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종교회의에서 마침내 개신교 신앙고백문서인 <제네바 신조>가 채택되었다. 이후 프로테스탄트 교회는 로마 가톨릭교회로부터 독립하여 독자적인 노선을 걷게 된다. 오늘날 개신교회라고 불리는 기독교 종파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후 상황은 급변한다. 구교 측으로부터 이단이라는 비난을 받은 데 이어 신교 내부에서도 분열이 일어난 것이다. 이른바 '칼빈주의 대 알미니안주의' 논쟁인데 양측 모두 자신들의 교리만이 옳다고 주장하며 첨예하게 대립했다. 결국 1618년 독일 남부 지역에서 30년 전쟁이 발발했고 이로 인해 엄청난 사상자와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 진영은 서로에게 등을 돌린 채 끝까지 싸웠다. 심지어 상대편의 지도자를 암살하기도 했다.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이어진 싸움은 18세기 초에야 겨우 막을 내렸다. 물론 지금은 두 교파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여전히 일부 국가에서는 국교로 지정되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에서는 로마 가톨릭교회의 전통 교리를 거부하고 성경 말씀대로 신앙생활을 하고자 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굳어진 관습과 문화까지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오늘날까지도 두 교파는 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먼저 천주교 입장에선 자신들만이 유일한 정통 교회라고 주장한다.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직접 교회를 세우라는 명령을 내리셨고, 사도 바울로부터 이어받은 전승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교황 아래 하나의 교회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편 개신교 측은 오직 성경말씀 위에 세워진 교회만이 진정한 교회라고 반박한다. 하나님께서는 모든 인간을 평등하게 창조하셨으며 누구든지 구원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각 지역별로 독립교회를 세우는 것이 옳다고 주장한다. 이렇듯 양측 모두 나름의 논리를 갖고 있지만 분명한 건 둘 다 틀렸다는 거다. 왜냐하면 역사적으로 볼 때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승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도 여전히 팽팽한 줄다리기 싸움이 계속되고 있는데 앞으로도 쉽게 결판나지 않을 것 같다.

두터운 외벽의 아비뇽궁

 

아비뇽궁 내부


카톨릭과 기독교는 우리나라에 그 신자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런데 역사적으로도 복잡하고, 현대사회 와서도 왜 사회갈등은 더 심하기만 한건지 알기 어렵다. 요즘은 신천지 신도도 많은 듯 하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가 이렇게 발전한 것이, 저 높은 곳에 계신 유일신에 다다르고자 하는 끊임없는 욕망에 따른 노력의 소산이라는 말도 있다. 또한 복지수준이 미약한 나라에서 그나마 이웃을 생각하는 종교적 기부문화 등이 사회복지에 큰 기여를 한다는 현실적 진단도 있다.

우리는 왜 신을 믿어야 하는가? 신이 존재한다면 인간 세상엔 왜 악이 존재하는가? 등등 현대사회에선 이러한 질문들은 쉽게 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과거 중세시대만 해도 위와 같은 질문들은 매우 당연한 것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자연현상도 신의 뜻이며 우주의 모든 현상 또한 신의 계획 안에 있다고 믿었다. 따라서 신은 곧 왕이었고 교황이었으며 교회의 권력은 절대적이었다. 그렇다면 오늘날 가톨릭 교회는 어떠한 모습일까? 현재 바티칸 시국 내 베드로 성당 앞 광장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신자들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계신다. 그리고 한 손으로는 어린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다른 한 손으로는 병자를 어루만지는 행동을 보이신다. 마치 어머니처럼 말이다. 실제로 그분께서는 자신을 ‘교황’이라는 칭호보다는 ‘어머니’라고 불러주길 원한다고 말씀하셨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기독교 정신일 것이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십자가를 지고 있다 한다. 우리를 대신하여 십자가를 진 예수님의 거룩한 사랑을 음미해 본다. 특히 자신들이 져야 할 짐을 국민들에게 전가하는 사람들은 특별히 더 생각해 보아야 할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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