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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이야기(1일1% 이상 수익, 원금보장(?))

테헤란로와 종로 바닥에 횡행하는 증식이란 것이 있다.

by 바이칼호1 2022. 8. 20.

면세점에서 돈 다 털리고, 어렵게 자금을 모아 재기하고 있었는데, 면세점할 때 손님 데려 오겠다고 여러번 약속하면서 찾아와 밥과 술을 먹고간 사람이었다.

 

장교출신이라며 늘 뻐기고 다녔는데 나이는 나보다 두살 아래였으며, 겉모양은 그럴 듯 했었다. 어느날, 연락이 와서 10억원만 있으면 사임당 팩으로 30억원을 곧바로 교환 가능하다 하였다. 사임당 팩은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비실명 자금으로 도박, 마약 등으로 벌어 탈세 목적으로 신고하지 않은 지하자금이라 하였다.

 

그럼 그걸 교환해서 받으면 불법 아니냐고 물으니, 정부에 신고절차를 거쳐 세금을 공제 납부하고 지급 받는 거라서 오히려 세금 걷기 위해 정부가 권장하는 일이라고 그럴 듯 하게 설명하였다.

 

그 규모가 얼마나 되느냐 했더니, 소위 창이라는 곳에서 관리하는데 창지기가 있고, 그 창엔 과거 군사정권 초기부터 통치자금 명목으로 빠져 나온 돈 등 규모가 어마어마 하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사진까지 보여주는데 돈 더미 사진이 엄청나 조작했으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어떤 사람은 내게 엄청난 양의 금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 금이 누구돈인지 아느냐, 과거 군사정권 시절의 실권자 누구의 금이라면서 이걸 처분하려 하는데 같이 일을 도모하지 않겠느냐고, 실제로 그 실권자의 전화 육성 녹음까지 들려주기도 하였다.

 

그래서 10억원을 만들면 소위 3, 5, 10(이 바닥에선 삼오텐이라 부른다)으로 자금을 키워 나갈 수 있고, 중소기업 협력지원자금 명목으로 더 큰 돈을 일거에 받을 수 있다고도 하였으며, 저명한 모 병원 원장이자 학장 등이 어려울 때 이 자금을 받아 재기하였다는 등, 소설보다는 훨씬 믿을 만 하게, 실은 본인도 철저히 믿는 듯한 모양으로 설명하였다.

 

당시에 내가 하는 일이 태양광 발전소 건설과 발전기를 만들려고 하던 차였기에, 힘이 많이 드는 일이라 귀가 솔깃하였다. 그리고, 원금이 날라갈 일이 없으니 밑져야 본전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 가진 돈하고 이것 저것 하여 10억원과 필요하다는 요청 서류(신분증 사본, 국세, 지방세 완납증명서, 금융거래 확인서와 내역서 등 5종서류)를 준비하고 약속된 장소로 나갔다.

 

그때가 아마 2017년 가을 추석 전 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때부터 난 유능한 사업가로 소문났으며 통주가 되어 테헤란로 일대에서 저명한 사람이 되었다. 사기꾼 들한테 재벌급 대우를 받으며, 표적이 되었던 것 같다. 심지어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모처에 보고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중요한 것은 약속된 장소에 가면 다른 놈이 나타나고, 또 그놈이 소개한 다른 연놈이 나타나고, 하루종일 뺑뺑이 돌다가 내일은 틀림없다며 기약하고 헤어지곤 하였다. 핑계도 가지가지였다. 예를 들면 좀 전까지 결정권자(창주)가 대기하고 있었는데 10분전에 들어갔다는 등, 그러면서 이놈들이 나의 신상을 가지고 얼굴을 익혀 놓고 인사한 다음에 어떻게 이용해 먹을지 고민하는 것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개중에는 정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있었다.

 

결국, 처음엔 융숭히 대접받는 기분에 취해서, 나중엔 하도 많은 사람들이 이루어 지는 일이라고 떠벌려서, 본인도 모르게 세뇌되고 휩쓸려 다니게 된다. 주로 이 바닥에 실력자라는 사람들중엔 금융권 고위직 들이 많았고, 그들을 앞세워 통주를 찾는 브로커들이 대다수 였는데, 대개 나이가 많은 60~70대 들이었다.

 

종로에 가면 특히 커피숍에 앉은 노인들이 대댜수 이런 일에 빠져 있다고 보면 된다. 그들은 나같은 호구 통주를 만나서 커피나 한잔 얻어 마시고, 운 좋으면 일이 성사되어 큰 횡(행)운을 얻게 되어 인생 반전을 이룰 것이란 꿈을 꾸고 하루하루 사는 것이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 몇달을 그들 말을 듣고 생업도 팽개치듯 하고 다니다 보니, 이젠 가부간 빨리 끝내야 되겠다는 조바심이 오히려 그들이 아니라 내가 들었다. 그때 만난 사람들은 아마 100명이 넘을 것이다. 심지어 어떤 노인은 나의 주소를 알고 내 집근처에서 서성거리다가 아이들 엄마를 붙잡고 나를 만나게 해 달라고 통사정 하기도 하였다.  모 기업 비자금을 연결해서 몇백억을 담을 그릇이 필요한데 내가 딱 적임자라는 등, 아무튼 본인들도 철저히 믿는 사람들이 많았으니 그러지 않고서는 전차에 가장 믿을 만한 사람한테 조차 크게 당했던 내가 넘어갈 리가 없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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