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필로그

'정의란 무엇인가'를 다시 되뇌이며...

by 바이칼호1 2023. 1. 5.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 는 2010년 한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베스트셀러였다. 당시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공정사회’라는 화두가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들기 시작하면서 더욱 주목받았다. 이후 10년간 100만 부 판매 기록을 세우며 독자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2020년 현재까지도 인문학 분야 스테디셀러로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직도 서점 매대 한쪽 구석에 방치된 채 팔리지 않고 먼지 쌓인 모습으로 남아있다. 왜 그럴까? 그렇다면 정말 사람들은 그동안《정의란 무엇인가》 를 읽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읽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단지 다른 더 재미있는 책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일까? 아마도 모두 정답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바로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는 것이다.

친구들과 가끔 스크린 골프를 치고 나서 습관적으로 맥주를 마신 적이 있었다. 그때가 세월호 사고후였는데 난 의도적으로 세월호 이야기를 자꾸 꺼내곤 하였다. 특히 내기 골프에 지고 난 후에는 더 그랬던 것 같다. 나한테 이겼다고 상대들이 기분좋게 술마시는 것을 용납하기 싫었다.

그럴때마다 우리 또래 꼴통들은 분위기 깨는 내가 싫었는지 얘기를 자꾸 회피하고 그만하자고 하였고, 난 그들의 사고방식을 개조해 버리고 말겠다는 생각으로 더 떠들어 댔다. 작게 보면 내가 잘못된 행동일 것이지만, 크게 보면 우리 사회의 비극을 애써 외면하고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이기심이 잘못된 것이 아닐까 해서 질타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나나 주변사람들이 모두 사회운동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해서 하는 말은 아니었다. 단지 사실을 정확히 올바로 인식해 주길 바랄 뿐이었다.

지금 공정과 정의를 앞세우면서 벌이는 일들을 보면, 전부 어긋나 보이는데 내 철학이 잘못된 것일까? 대를 위해서 소가 희생되어야 한다는 논리로 사회적 약자들을 무시하고, 천대하면서, 기득권 1프로 만을 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데 그게 과연 정의와 맞는 일인가? 그게 대를 위한 일이라 침묵해야 하는 것인지 의구심이 많다. 문제는 자칫하다가 공멸한다는 것이고, 후대가 정말 걱정된다는 뜻이다. 솔직히 아이들에게 이땅에서 꼭 결혼하고, 아이낳고 살라고 말할 자신이 없다.

한번은 생각다 못해 카톡단톡방에서 정치얘기 하면 책잡힐 까봐 돌려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 결국 그들이 깨닫도록 하려 하였으나,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보낸 글은 거의 읽지도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관점에서 보면 난 정의롭지 않은 무법자요, 기본도 안되고 무례한 사이코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한중일 아시아 삼국 중에서 정치 민주화는 그래도 한국이 가장 앞서 있다는 얘기를 듣는다. 중국은 가족간에 상하관계가 없다시피 민주적이지만, 정치 민주화와는 아직 거리가 먼 나라이고, 일본은 보수 세습정치가 고착화 되어 역시 우리와 비교하면 많이 떨어져 있다. 그런데, 한편 생각하면 민주화된 나라에서 왜 이렇게 밖에 국정운영을 못할까? 다수결 원칙의 결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바로 정의에 대한 개념과 인식의 문제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유교문화 질서와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충돌과 모순인가? 유교와 종교적 관점에서 보면 모두 맞는 말 같은데, 왜 사회적인 정의와 진실을 외면하고, 오도하면서, 작은 관계에만 충실하여 안분지족하려 하는지.

이태원 참사에서 아들을 잃은 외국인 부모가 한국에 와서 이 나라는 아무리 정당한 소리를 해도 반향이 없고, 들어주는 사람조차 없는 아주 답답한 나라라고 한탄했다는데 인류 보편적인 정의도 철학과 문화 속에서 용화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수필로그'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23.05.24
훌륭함은 앞 뒤가 다 같다.  (0) 2023.04.05
침묵은 금인데  (0) 2023.03.23
난 어른이 되기 틀렸다.  (0) 2023.01.17
새해 금연을 금연최면으로  (0) 2023.01.01

댓글